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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년차 가수 양희은의 알싸한 위로…에세이 '그럴 수 있어'

송고시간2023-07-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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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은은 최근 출간한 에세이집 '그럴 수 있어'(웅진지식하우스)에서 "한참 세월이 지난 후에야 '이게 노래의 사회성이구나' 깨달아졌다"고 했다.

이 책은 53년 차 가수이자 24년째 MBC 라디오 '여성시대'를 진행하는 양희은이 '그러라 그래'(2021)에 이어 두 번째 펴낸 에세이다.

상대 입장을 헤아려 보라는 의미가 담긴 '그럴 수 있어'는 후배 개그맨들이 흉내 내며 양희은을 상징하는 화법이 됐고, 이번 책의 제목으로도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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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이슬' 이리 오래 부를 줄은"…"라디오 24년, 인생 공부한 세월"

두 번째 에세이 펴낸 가수 양희은
두 번째 에세이 펴낸 가수 양희은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50여년간 불린 '아침 이슬'은 서울대 미대에 다니던 김민기가 국립 4.19민주묘지 근처에 살 때 만든 곡이다. 작업이 풀리지 않던 그의 눈에 창밖의 작은 묘지들이 들어왔다고 한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란 가사의 '아침 이슬'은 이렇게 태어났다.

이 노래를 부른 건 당시 명동 라이브홀 오비스캐빈에서 노래하며 집안 빚을 감당하던 대학생 양희은이었다.

1971년 8월 취입할 때만 해도 양희은은 이 노래를 이렇게 오랜 시간 부르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1972년 신촌 대학가에서 시위대가 한 목소리로 부르던 '아침 이슬'은 이미 그가 부른 그 노래가 아니었다.

양희은은 최근 출간한 에세이집 '그럴 수 있어'(웅진지식하우스)에서 "한참 세월이 지난 후에야 '이게 노래의 사회성이구나' 깨달아졌다"고 했다.

양희은 에세이 '그럴 수 있어' 표지
양희은 에세이 '그럴 수 있어' 표지

이 책은 53년 차 가수이자 24년째 MBC 라디오 '여성시대'를 진행하는 양희은이 '그러라 그래'(2021)에 이어 두 번째 펴낸 에세이다.

그는 평소 주위에서 속상한 일을 터놓으면 "야, 그러라 그래!'라며 풀어주기도 하고, '그럴 수 있어. 너도 그 입장이 돼봐!'라고 다독이기도 한다.

상대 입장을 헤아려 보라는 의미가 담긴 '그럴 수 있어'는 후배 개그맨들이 흉내 내며 양희은을 상징하는 화법이 됐고, 이번 책의 제목으로도 붙었다.

책에는 형편이 좋지 않던 그가 청바지에 고무신을 신고 오비스캐빈 무대에 올라 "청바지에 꽃고무신을 신은 여가수"로 주목받은 사연부터 50여년간 겪은 무대 공포증, 대표곡 '한계령'에 얽힌 뒷얘기, 이루지 못한 코미디언의 꿈까지, 흘러가는 대로 살아낸 순간들이 담겼다.

1970년대 젊은 날의 양희은
1970년대 젊은 날의 양희은

[옹달샘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라디오도 그를 지탱해준 음악에 버금가는 한 축이다. '여성시대'를 진행하며 5만8천여 통의 사연을 읽었다는 그는 이 시간을 인생 공부가 된 세월이라고 돌아봤다.

그 덕인지 나이 들어감에 대한 사색을 넘어 이별에 한발짝 더 다가선 이야기들이 알싸한 위로를 건넨다.

그는 10년 전 떠난 친구를 그리며 "이별은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내 인생에 소중한 사람들을 나는 살면서 몇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라고 되뇌인다.

에세이에 담긴 양희은이 좋아하는 사진
에세이에 담긴 양희은이 좋아하는 사진

[옹달샘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자신의 이별 노트를 적어보기도 했다. "혹시라도 애도하고 싶으면 마음이 잘 담긴 내 노래 '나 떠난 후에라도'(2001)를 틀어주셔요. (중략) 여러분의 사랑 덕에 제 주머니에 남은 재물은 저처럼 열아홉살에 무섭고 두려운 세상에 혼자 첫발을 내딛는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해 쓰이길 바랍니다."

치매 초기 판정을 받은 84세 노모를 살피는 시선은 뭉클하기까지 하다.

과거 '엄마가 딸에게'란 노래를 발표했던 그는 "세상에서 가장 생명력 있는 연대는 엄마와 딸 사이, 그리고 딸과 딸 사이"라며 모두 후회 없이 더 많이 소통하며 살길 당부한다.

나아가 선후배 여성 가수들, 그의 젊은 날을 잡아줬던 언니들에 대한 존경과 연대의 감정도 전한다. 그는 여성들끼리 끌어주고 돌봐주는 "시스터후드의 힘을 믿는다". 준비 중인 곡 작업도 정밀아의 '언니'를 불러보는 일이다.

어느덧 양희은은 '그날이 그날인 게 더 없이 좋다'는 말의 의미를, 노래와 무대의 무게를 절감하는 나이가 됐다. "힘 빼고, 욕심 내려놓고, 편안하게". 그래선지 "괜찮아, 그러라 그래, 그럴 수 있어"란 말은 그의 쨍한 음성처럼 들린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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