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의 <어디만큼 왔니>

통기타, 아침이슬, 청바지, 송창식, 김민기, 양희경, 청명한 목소리, “너 이름이 뭐니”.

가수 양희은을 대표하는 키워드들이 모여 양희은 데뷔 40주년 기념뮤지컬 <어디만큼 왔니>가 완성됐다. ‘양희은에 의한, 양희은을 위한’ 이 공연은 뮤지컬이라기 보다는 콘서트에 가까운 무대다. 뮤지컬화를 위한 뮤지컬의 문법에 집중하기보다는 가장 자연스러운 양희은의 모습을 담는데 무대를 실었다.


생계를 위해 노래를 해야 했던, 민중을 대표하는 목소리가 되고, 암과 사투를 벌여야 했던 그녀의 치열한 삶이 양희은의 노래에 맞춰 전개될 때마다 중년관객들은 응원의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그녀는 자신의 굴곡 많은 인생을 최대한 담담하게 이야기했고, 뜨거운 모습으로 노래했다.

‘반장이 되고 싶어 고추를 선망했던’ 어린 시절의 영상을 보며 옛추억을 맞춰가는 양희은, 양희경 자매의 이야기는 스무 살, 통기타를 멘 청년 양희은의 모습으로 연결된다.

영상 속 젊은 양희은과 쏙 닮은 모습, 청아한 목소리의 청년 양희은(이하나)의 모습은 새로운 재미다. 청년 송창식, 김민기 등 실명을 사용한 등장인물들과의 에피소드도 볼거리를 더한다. 무대는 청바지, 어머니가 집을 떠나던 날 내리던 눈, 숲 등 양희은이 기억하는 이미지들로 펼쳐졌다.


양희은의 ‘희로애락’을 중심으로 한 시간적 순서를 따라 이야기는 전개된다. 양희은의 소소한 고백들, ‘40주년 기념 콘서트’로 이어지는 무대를 보며 관객들은 ‘뮤지컬 속 양희은’의 경계를 허물고 ‘콘서트 속 실제 양희은’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공연 분위기를 쉽게 달구는 이유가 됐지만 암수술로 인해 “나는 처음부터 아이를 잃었다”는 양희은의 이야기와 라디오 ‘여성시대’ 사연을 쉽게 연결시킬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녀의 이야기와 노래에 공감하고 감동할 수 있었던 중년관객들에게 이 작품이 뮤지컬인가, 콘서트인가는 중요한 잣대가 아니었다. 관객들은 커튼콜 ‘네 꿈을 펼쳐라’가 나올 때까지 나레이션과 연기의 경계를 오가는 공연을 향한 관객들의 환호는 끊임이 없었다.

“가슴 아파했던 과거와 화해하는 심정으로 이 작품에 임하고 있다”는 양희은의 이야기와 노래와 아날로그 감성이 마음을 울린다. 고단한 삶. 그녀의 노래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순간임은 틀림없다. 민중을 어루만졌던 양희은이기에 가능했던 '데뷔 40주년 기념무대'였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인사이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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