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하얗고 기다란 가래떡 한말 [가래떡 요리 1] 새해 아침 만들어 겨울 내내 즐긴다
떡 방앗간에서 갓 뽑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기다란 가래떡에서는 겨울의 냄새가, 새해의 냄새가 느껴진다. 한 끼 주요리로 충분한 ‘떡국’에서부터 대표적인 국민 간식 ‘떡볶이’까지, 가래떡은 올 겨울 김장만큼이나 든든한 비상식량이다. 두 눈으로 쫄깃함이 느껴지는 하얗고 기다란 가래떡 변주 요리 여섯 가지.

쫄깃한 가래떡 한 말 준비하세요
요즘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떡보다는 빵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동네마다 떡집보다는 빵집이 훨씬 많은 것도 그런 이유겠지요. 한데 떡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이들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하얀 가래떡만큼은 누구나 좋아하더라고요. 아마도 1년에 한 번은 반드시, 설날 아침마다 먹어온 ‘떡국’과 학창시절 눈물나게 매워도 맛나게 먹었던 ‘떡볶이’의 힘이 아닐까요? 어린 시절 재래시장 뻥튀기 아저씨에게 (흔히 ‘떡국 떡’이라 하는) 떡점 한 봉지 들고 가면 금세 몇 배로 ‘뻥’ 부풀려지던 간식거리 역시 색다른 맛이었지요. 라면의 품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주는 ‘떡라면’은 어떻고요. 젓가락을 휘저어 면발 속에서 떡점을 찾아냈을 때의 쾌감, 지금도 즐기신다고요? 뭐니 뭐니 해도 가래떡은 방앗간에서 뽑아오자마자 뜨끈뜨끈한 채로 한 줄 뚝 떼어 진한 조청에 찍어 먹는 맛이 최고지요. 그러고 보면 가래떡만큼 세대를 초월해, 여러 가지 조리법으로 응용돼 사랑받는 음식도 없는 것 같습니다.

결혼 1년차의 주부 한 명은 냉장고에 가래떡 떨어질 날 없을 정도로 즐겨 먹는다고 해요. 하긴 가래떡은 그냥 먹어도 맛있으니 초보 주부가 요리하기에도 실패 확률이 적은 아이템이죠. 남편 없이 혼자 있을 때도 떡국이나 떡구이를 자주 하더라고요. 미역국, 쇠고기뭇국, 콩나물국 등은 1인분만 끓인다는 게 쉽지 않지만 떡국은 깔끔하게 1인분만 끓일 수 있어 무엇보다 편리하다고 합니다. 프라이팬에 가래떡을 통째로 구워 꿀을 곁들이거나, 올리브 오일을 살짝 두르고 떡점을 구워 설탕을 약간 뿌려 간식으로 먹기도 하고 남편과 함께 있을 때는 떡볶이를 자주 만들어 먹는다고 합니다. 젊은 주부의 살림 규모로 보아 떡을 맞춘다는 게 일반적이지는 않아요. ‘떡’은 친정이나 시댁에서 한꺼번에 많이 맞췄을 때 마치 김장김치처럼 넉넉히 얻어오거나 아니면 시장에서 소규모로 포장 판매하는 것을 사다 먹는 음식 정도로 인식되지요. 그러다 보니 가래떡은 좋아하는 만큼 자주 못 먹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가래떡 좋아하는 집이라면 만두나 김치처럼 냉장고에 두고 먹을 만한 것 같아요.

요즘 떡 방앗간에서 가래떡 한 말 뽑으려면 동네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쌀값 포함해 보통 35~5만 원, 쌀을 갖고 가면 15~2만 원 정도 듭니다. 혹시 오래 묵은 쌀이나 벌레 생겨 처치 곤란인 쌀이 있다면 주저 말고 방앗간으로 들고 가서 가래떡으로 뽑은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냉동실에 보관하세요. 말랑말랑한 떡에 식용유를 살짝 바른 뒤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1인분씩 비닐랩에 붙지 않게 싸서 냉동하면 오래 보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꺼내어 쓸 때 잘 떨어져서 음식의 모양새가 예쁘답니다. 이렇게 비축해놓은 가래떡은 밥 맛 없을 때나 야심한 밤 출출할 때 그리고 술안주로, 아이들 영양 간식으로, 또 반찬 재료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 한 가지 주의사항을 꼭 기억하세요. 가래떡은 웬만한 조리법으로 다 응용할 수 있지만 기름에 넣어 튀기는 것만은 아주 위험합니다. 떡이 뜨거운 기름 속에서 열기를 받다 보면 마치 화산 폭발하는 것처럼 떡과 기름이 천장까지 순식간에 튀어 올라 끔찍한 사고를 일으킬 수 있거든요. 이참에 새해에는 가래떡 한 말 넉넉하게 뽑아 냉동실에 차곡차곡 보관해놓고 겨우내 솜씨를 부려보고 싶어집니다. 기다랗게 자른 가래떡을 칼칼하고 매콤한 고추장에 넣어 만든, 세대를 초월한 간식의 고수 ‘떡볶이’로 먼저 시작해볼까요?


이렇게 손질해 냉동실에 보관하세요
1
김이 채 식지 않은 말랑말랑한 상태의 떡을 15cm 길이로 썬 뒤 한 번 먹을 분량씩 비닐랩으로 싸서 보관한다. 비닐랩 위에 떡을 한 줄 올려 한바퀴 감싼 뒤 다른 한 줄을 놓고 둘러 싸야 떡끼리 서로 달라붙지 않는다. 떡구이를 하거나 알맞은 크기로 잘라 용도에 맞게 사용한다.
2
굳기 전의 가래떡을 2~3cm 길이로 짤막하게 썰어 식용유를 살짝 묻힌 뒤 한 번 먹을 분량씩 지퍼백에 담아 공기를 빼고 냉동실에 보관한다. 지퍼백째 찬물에 담가 천천히 해동한 뒤 샐러드에 이용해도 좋고, 프라이팬에 참기름을 살짝 두르고 노릇하게 구운 뒤 설탕시럽에 버무려 맛탕을 만들어도 맛있다.
3
꾸덕꾸덕하게 굳은 가래떡을 5cm 길이로 토막 낸 뒤 길이로 4등분해 밀폐용기나 지퍼백에 담아 냉동한다. 주로 떡볶이용으로 사용하고, 갖은 채소와 함께 떡잡채를 해도 좋다.
4
적당하게 굳은 가래떡을 어슷어슷 썰어 밀폐용기에 보관한다. 떡국, 떡만둣국, 떡라면, 각종 전골에 요긴하게 쓰이며, 이탤리언 스타일로 파스타처럼 조리해도 색다른 맛을 낼 수 있다.

구선숙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